페북이나 다른 SNS서비스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2019년 회고를 보면서 문득 나는 작년에 어땠나 생각해보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기록해둔 것이 적어서 어떤 것을 성취했고, 어떤 것에 미흡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내년에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2019년 회고와 2020년의 계획에 대해 써본다.

회사에 고용된 사람으로서

2019년 목표

내가 기억하기로 2019년 초의 나는 python으로 서버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였기 때문에, 한 해 전체 목표가 python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학습등이 주 목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10월 중순에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면서 그간 follow up하지 못했던 javascript환경 변화와 typescript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언어학습등이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아쉬운 점

기능 구현에 있어서 그때 그때 내린 결정 중 아쉬운 것이 많았다.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보았다면 더 빠르게 이해하기 쉬운 코드로 구현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에 아이패드를 들고다니며 다른 사람이 짠 코드를 읽었고, 알고리듬 강의도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노력은 이런 것들이었는데, 이 노력 이후 내 코드 퀄리티가 높아졌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 보다 다른사람이 짠 코드를 보는 것에 더 익숙해진 것은 좀 발전된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다른 아쉬움으로는 코드리뷰를 통해 지적받은 부분을 두 번이상 반복했던 기억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건 더 꼼꼼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듯 하다.

7월 중순 즈음 번아웃까지는 아니었으나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이를 해소해야한다는 핑계로 게임을 열심히 했다. 이 당시 2주정도는 퇴근 -> 육아 -> 게임 -> 취침의 패턴으로 생활했다. 그 당시엔 약간 될대로 되라지 느낌으로 그랬는데, 나중엔 게임에서도 스트레스 받는 나를 발견하고 게임을 그만뒀다. 차라리 이때 그냥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거나 쉬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총체적으로 볼때 여유를 갖지 못하고 쫒기듯 무언가를 했던 것들이 아쉽다. 빨리 해결하고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내 자신의 페이스대로 고민을 했다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잘한 점

evernote에 남겨진 공부한 흔적과 함께 돌아보건데, 7월 초 2주 정도 슬럼프가 오기 전까지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다. 9월 중순에 퇴사를 한 뒤 그때까지 공부했던 것을 정리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본 경험도 잘한 부분이었다. 계획했던 이직은 아니었으나 짧은 기간동안 준비해서 진행한 이직은 나름 괜찮은 결과가 되었다고 자평한다. 이직하면서 비자 정리 등 처리할 paperwork가 많았는데, 큰 문제없이 매끄럽게 잘 처리했다.

이직 이후 영어가 생각했던 것보다 중요하고 빨리 해결해야할 문제임을 깨닫고 계획적으로 공부해오고 있다는 것도 잘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도 좋으면 더 좋았겠지만 언어라는게 하루아침에 되는건 아니므로..일단은 하루하루 전보다 더 나아진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

올해 한 결정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이전 회사를 퇴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지 여기 남을지 결정할때 나와 아내의 ‘성장’에 포커스를 두고 결정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계획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영어이다. 회사에 여러방향으로 기여하고 있고, 코드나 리뷰 등에서는 나쁘지 않은 피드백을 받고 있지만 communication에서는 나부터 답답하고 매끄럽지 않으니 이것을 보완하지 못하면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Speaking이 가장 급하다. 쉽게 고쳐지지 않지만 관사 사용, 복수형, 시제 일치 등 기본적인 문법오류를 말하기에서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 현재 설정해 둔 요일별 과업을 수행하면서 한달에 한번정도는 스스로 진행상황을 점검해보도록 하자. 매월 15일 정도가 적당할 듯.

기술적인 발전은 열정적인 멤버들과 함께하고 있는 토이 프로젝트로 계속 보완하려고 한다. 토이프로젝트는 상반기정도엔 ver 1.0을 론치해볼 수 있도록 준비하자.

이직하고 싶은 회사 하나 정도 정해놓는 것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요구하는 기술 스택을 공부해보고 입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보자. 지금 계획으로는 2년 뒤가 이직 가능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링글 서비스를 쓰면서 튜더들에게 받은 피드백 점수를 붙여본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긴 하지만 네이티브 스피커가 생각한 내 영어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것도 모이면 의미는 있을것 같아서 정리하고 있다. alt text

아버지로서

2019년

2019년 초의 나는 걱정만 많았던 아버지였다. 그때까지만해도 지효의 교우관계와 독일어에 대해 걱정이 많았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지효는 또래사이에서 인기가 나쁘지 않아서 생일초대도 곧잘 받았고, 어린이집 하원 뒤에 초대받아 놀러가는 일도 많았다. Vorschule진학 뒤에도 금방 단짝친구가 생겨서 이 부분에 대해선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 언어에 있어 또래 친구들과 지내는데 문제가 없고, 선생님과 독일인 친구들에게도 아주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로썬 해준 것 없이 지효 혼자 이것들을 해낸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지효가 어른들의 말을 가끔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가정에서 어른들의 독일어를 듣지 못하기 떄문인 것으로 보이며, 단시간에 해결될 순 없고, 독일어 담당인 아내가 차츰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ㅋㅋ)

9월즈음 한국으로 돌아갈지 말지 결정할때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위에도 적었듯 나와 아내의 ‘성장’이었지만 두 아이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었다. 내 개인적인 관점으로 독일에서 아이가 자라는 것이 한국에서 자라는 것보다 더 낫다는 확신이 없기에 아이의 교육을 생각해서라도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어리고, 당장 나와 아내의 성장이 좀 더 중요했기 때문에 2년 정도는 더 지내보기로 했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내 생각에서 하나의 오류를 발견했다. 부모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조력자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는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것에 있어서 내가 다소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나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 이런저런 여행을 함께 했는데, 이러한 경험이 의미없진 않았겠지만 조력자로서 할일을 다 했다고 할 순 없지 않을까.

2020년 계획

조력자로서 더욱 다양한 경험. 여행이 아닌 무엇인가를 배우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는 지효가 흥미있어 하는 책을 읽어주고 그림을 그려본다던가 사건을 재구성해본다던가 하는 후속활동을 같이 해보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의 경험을 좀 더 제공해주려고 한다. 장기적인 목표는 ‘하고 싶은 것이나 진로를 선택할때 학교 공부밖에 할 게 남지 않은 아이로는 키우지 말자.’이다.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2019년

가계부를 쓰고, 재정 빵구 안 나게 관리한것 외엔 딱히 한거 없다. 연초엔 나름 독일 정착을 위해 인근 부동산도 돌아다녔고,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금액에 적당한 매물이 사방에 널려있다는 정보를 얻었지만 그 이후 독일 정착에 대한 흥미를 잃은 관계로 결과로 나온것은 딱히 없었다. 그저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울 부동산이 많이 올랐다 정도는 알게 됐다.

7월즈음 건강이 무척 안 좋아졌다. 항상 어딘가 아팠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피곤하다는 느낌과 의욕저하가 지속됐다. 그간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스트레스 또한 상당부분 그 원인을 차지한 것 같았다. 9월말부터 fitness center를 다니기 시작했고, 주 3회 운동을 빠지지 않고 하니 많이 좋아졌다.

2020년

한국 부동산을 계속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따라 보유중인 부동산을 처분하고 투자가치가 더 높은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도 준비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깊게는 생각 안 해봄.

내 건강은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가족에 대한 책임을 게을리하는 것이므로 주 3회를 꼭 지키도록 해보자. (정 안 되면 2회라도..)

맺으며

매일 tek.canspeak.net 에서 보내주는 영어표현을 공부하는데, 어제는 내가 하는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글을 보내줘서 한번 써본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의 우리는 앞으로 100세까지 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의 60세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은 없어지고, 70, 80세까지도 젋게 살면서 생산성이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주어지는 여가시간도 더 많아질 것이며, 필요한 노후자금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죠. 지금부터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재정(돈)이라는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기술과 지식, 건강, 친구관계, 아내와 남편관계, 가족관계, 여가시간의 활용같은 무형자산의 측면에 서도 잘 계획하고 준비하고 관리해 가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 The 100-year life 중

한때 빠른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하는데, 난 그 반대로 최대한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