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아이들 교육에 대해 생각을 해오다가 최근에 공통적인 관심사를 갖고 있는 분들(상홍형, 병대형, 경진이)과 아이들 교육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생각정리도 해보고 해서 그 생각의 흔적을 남겨본다.

난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주길 바라는 아버지는 아니다. 물론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좋겠고,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로 자라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계속 살펴보는 스타일이다. 알아서 크겠지하는하는 스타일의 아버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지효가 올해 만 6세가 됨에 따라 올해 8월부터는 독일 초등학교인 Grundschule에 입학하게 된다. 독일의 정규 교육과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인데, 향후 1-2년 정도는 배우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그 이후엔 한국에 돌아가 정규교육을 받기가 지효에게 부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향후 아이들을 독일에서 키울 것인가 또는 한국에서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의 근거를 만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한 바와 들은바로는 한국교육과 독일 교육엔 장단점이 있다. 대강 정리하면,

한국 교육의 장점: 이건 독일에 와서 느낀 것인데, 한국에선 당연한 끝까지 하는 힘, 책임감 등이 여기에선 당연하지가 않은 것 같다. 회사 동료들만 봐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몇 일씩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도 건강상의 이유로 학교에 몇일씩 나오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아니고 몇일 쉬기 위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멈추는 것이다. 고지식해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이런 것들이 책임감의 결여로 보인다.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거나 학교를 다닐때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한국 교육과정을 따를 경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겠지만, 난 이것을 견딘 결과로 책임감과 어떻게든 끝까지 해내고 도전하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보아온 것으로는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이 가지는 경쟁력이 나쁘지 않다. 여기서도 한국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책임감 있는 이미지여서 최소한 한국인이어서 취업을 하기 힘들거나 그렇진 않다. 하기에 따라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육의 단점: 성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듣기로 1-2년 선행학습이 기본이며, 이를 위해 사교육에 상당한 시간과 돈을 쓴다. 학창시절 대부분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공부를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단점으로보인다. 한국 교육의 목표는 결국 대학 입시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힘들고 대학입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독일 교육의 장점: 언어 교육에서 아주 큰 강점이 있다. 독일에 김나지움까지만 나와도 최소 2-3개국어는 능숙하게 할 수 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고 꼭 뭘해야한다는 중압감이나 스트레스가 적어보이기도 한다. 공부외에도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독일 교육의 단점: 독일 교육의 목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만 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받은 느낌을 바탕으로 하는 판단이어서 100% 확신을 할 순 없지만, 독일에선 전문가라는 말이 아주 강하게 사용되고, 어떤 지식을 학교나 전문기관에서 배우지 않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직업을 갖기 쉽지 않아 보인다. 즉, 나처럼 사범대를 나와서 개발자 테크를 타는 등 인생을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가 한국처럼 많아 보이진 않는다는 뜻. 10-11살즈음에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 실업계 고등학교인 레알슐레나 하우프트 슐레 진학이 결정되고, 이후 진로를 바꾸는 것이 한국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지효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사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판단했을때, 많은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 교육이 그렇게 나빠보이지만은 않았다. 한국교육이 나빠보이지 않았다기보다 독일 교육이 해답으로 보이진 않아서 이럴꺼면 고생하면서 외국살이를 할 이유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교육 시스템상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하고, 정서적 교감이나 정체성 확립에선 한국에서 키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키울 경우 사교육에 입시지옥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봐야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거기에 내모는 것도 선뜻하기 힘든 선택이다.

그래서 나에게 되물었다. 나는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기대하는 것인가. 내가 원하는 아이로 자라길 원하는가, 아니면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길 원하는가. 이 질문에 나는 자신있게 내 욕심이 전혀 없었다라고 말할 순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좀 바꾸기로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사는데 도움을 주는 조력자에게 그치기로. 아이들의 미래에 많은 기대를 할 수록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될 것이다. 몇몇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외국에서 사는 결정을 하듯 나 또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사는 장소를 결정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희생에 가깝다면, 내가 아이들의 교육에 기대하고 더 매달리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 했을때 내가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 나아가 아이를 원망하진 않을까. 이렇게 보니 어느나라 교육이 좋고 나쁘고 생각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 생각의 끝에서 결국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에서 살든 독일에서 살든 내가 그 사회에서 사는 이유를 찾고 거기서 보람을 찾고 있다면, 아이들은 부모를 보며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사회의 교육이 주는 단점을 커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어디에서의 교육시스템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부모가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그 이상의 교육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