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거주하면서 농담삼아 했던 말이 있었다. ‘독일이 무슨 선진국이야?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후진국이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유럽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얘기가 뉴스나 미디어에서 많이 들린다. 오랫동안 거주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간 느꼈던 독일은 기대보다 일처리가 느리고,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도 보여서 ‘유럽의 선진국은 허울 뿐이구나’ 싶을때가 많았다.

한국에 돌아가기로 한 결정한 이유도 이것과 무관하진 않았다. 많은 것이 불편했고, 한국의 선진화된 시스템, 저렴한 서비스 비용, 편한 것들이 그리웠다. 이 글은 앞선 내 농담에 대한 반박으로 왜 이들이 선진국인지. 어떤 걸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오늘은 집에서 쓰던 가구를 버리기 위해 차에 싣고 재활용 쓰레기 수거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대형 쓰레기 수거 스티커를 사서 붙이고 아파트 단지에 지정된 곳에 비치하면 그만인 일이다. 독일은 그것보다 몇배는 많은 품이 들어간다. 우선 재활용 쓰레기 수거장에 내가 직접 가져다 버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차에 싣을 수 있게 가구를 해체해야 한다. 사실 어제 차에 싣고 쓰레기 수거장으로 갔었는데, 휴일이라 문을 닫아서 그대로 다시 싣고 왔다. 오늘 다시 방문하니 대기 줄이 200미터정도 서있어 한시간 남짓 기다려서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가구 하나 버리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 비용이 들다니. 불편하다.

독일에서 몰던 차를 팔기 위해 중고차 가게를 방문했다. 앞서 두번째 방문에서 원하는 가격을 제안받지 못한 까닭에 세번째 가게를 방문했다. 두번째 가게보다 낮은 16,000유로를 제안했다. 내가 구매한 가격이 28,000유로이고, 겨우 7천키로 탄 차인데 너무 후려친다 싶다. 중고차 앱을 보면 내 차는 최소 22,000유로에는 팔리는데, 마진 너무 높게 잡는거 아닌가?

두달 전 엔진오일을 교환하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엔진오일 교환 + 전체 점검해서 330유로 나왔다. 한국돈으로 45만원이다. 한국에선 10만원 안 줘도 엔진오일 갈고 차량점검도 해주는데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

독일에서 살면 첫번째 사례처럼 간단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적 비용을 써야 할 때가 있고, 두, 세번째 사례처럼 같은 일을 처리하더라도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볼때 많은 금전적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이 어떻게 보면 살기 불편하고 거주비용이 많이 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휴일인 어제 내가 쓰레기를 버리지 못함으로 노동자들의 휴일이 보장되었고, 한시간 동안 기다림으로써 그들이 일에 쫒기지 않고 그들의 방식대로 일할수 있게 있었다.

두 번째 사례에서 내가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자동차 딜러가 내 차를 되팔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 세차, 잔기스 제거, 차량 보관 등에 드는 비용, 인건비가 한국의 그것보다 비싸기 때문이었다. 각 작업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수익이 한국에서의 그것보다 크다. 엔진오일 교환과 자동차 점검을 한 직원은 하루에 두 대의 차만 점검해도 1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독일에도 음식 배달업이 있다. 한국처럼 배달앱이 있고, 그것을 통해 주문하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배달원이 가게에서 음식을 받아 배달한다. 배달료는 3-5유로 정도로 한국보다 훨신 비싸다. 택배도 마찬가지. 한국에서 밥솥을 담는 택배를 보내면 3500원. 같은 크기면 여기선 10유로는 나온다.

서비스 제공은 무조건 저렴하게 제공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한국에선 저렴하게 이용해서 편하고 좋다지만, 서비스 제공자는 시간당 적은 임금을 받는다. 독일인들이 한국보다 잘하는 것은 좀 더 많은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불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를 가치있게 만들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소득은 내 아이 친구의 부모의 수입으로 들어가서 내 아이가 부모의 수입에 따른 편견을 가지지 않게 해주고 나아가 많은 직업을 가치있게 만듬으로써 나쁜 직업(허위매물 자동차 판매,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직업등)을 없애준다. 충분히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많은데 저런 일을 왜 하겠는가.

물론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누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냐?’라고 반박할 수 있다. 독일이 잘하고 있는 것은 이 부분의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아직 한국은 이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