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2년 반 동안 지내면서 여러 앱을 사용해왔는데, 그 중 가장 유용했던 앱을 꼽으라면 N26이라고 할 수 있다.

N26은 우리나라의 카카오 뱅크처럼 오프라인 지점없이 온라인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데, 계좌 유지비가 무료이고, 월 횟수(5회) 제한이 있지만 타은행 ATM에서 출금을 할 수 있다. 이건 다양한 통화를 사용하는 유럽에서 큰 장점으로 런던이나 프라하 여행을 갔을때 환전준비를 하지 않아도 현지에서 원하는 만큼 뽑아서 쓸 수 있는 것. 심지어 수수료도 없다(비유럽의 경우 1.7% 수수료 부과). 그 외 N26끼리의 거래는 즉시 입출금이 이뤄진다는 것도 편리하다. 이건 한국에선 당연한 것이지만, 독일에선 타계좌로 송금시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계좌 이체 거래시 입금 확인증을 뽑아서 상대에게 전달하는 번거로운 일을 한다.

alt text | N26 공식 홈에 소개된 장점들. |

이러한 장점 외에 유학생이나 처음 독일에 입국한 사람들이 N26계좌부터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Anmeldung(전입신고)없이도 계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집을 구할때 집 주인이 월세 자동 이체를 위한 계좌를 요구하곤 하는데, 이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Anmeldung이 필요하다. 응? 계좌를 만들기 위해선 Anmeldung이 필요하고 Anmeldung을 위해선 계좌가 필요하다? 이 뫼비우스 띠를 끊어주는 서비스가 N26이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N26 서비스를 써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내가 리뷰를 써보기로 한 이유는 앱의 사용성 또한 훌륭하기 때문이다.

앱 실행

우선 앱 로그인이다. 지문, 패턴 또는 이메일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요즘은 카카오 뱅크, 신한은행 앱 뿐만 아니라 독일의 뱅크 앱들도 제공해주는 기능으로 그닥 놀라운 기능은 아니긴하다.(영상촬영을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독일에서의 실행속도보다 많이 느리다. 같은 기기로 테스트 했을때, 한국에서 카뱅 로그인보다 독일에서 N26로그인이 더 빨랐는데..)

홈 화면

로그인 이후 바로 만나는 화면은 잔액 확인과 히스토리이다. 내가 은행 앱을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이 거래내역과 잔액확인인데, 시원시원하게 보여주니 편했다. 그리고 사용처를 아이콘으로 표시해주는 것도 사소하지만 거래내역을 조금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이콘은 사용처 이름에 따라 자동으로 categorizing되며, 내역별로 수정 가능하다.

거래내역에서 스크롤을 옮기면, 화면에 보이는 거래내역 당시의 은행 잔고를 보여주는데, 특정 시간 전 또는 몇몇 주요 이벤트 당시의 내 통장잔고가 얼마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능이 key feature로 분류될 순 없어도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뱅크앱은 은근히 불편했다.

거래 내역 상세로 들어가서 내가 임의의 태그를 붙이거나 사진을 업로드 해둘수도 있는데, 태그를 붙여놓으면 search 또는 stattistics메뉴에서 유용하게 쓸수 있다. 거래내역에 첨부할 수 있는 사진은 그다지 활용도를 찾지 못했다. 그냥 든 생각인데 구글 timeline처럼 시간대별로 일어난 거래내역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거기에 첨부된 사진을 보여주면 의미있는 history viewer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상단 메뉴

다음으로 앱 상단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검색, 햄버거, 내 계정 정보 아이콘이 있는데,

검색 메뉴는 단순히 내역에서 태깅된 거래 뿐만 아니라 관련된 태그의 합산 금액도 보여준다. 이건 검색결과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이긴한데, 원하는 검색결과를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화면을 차지하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넣은 거라 플러스 요소였다.

그리고 그옆 햄버거 메뉴는 statstics, Scheduled Payments, Balance statments 메뉴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씩 보자면,

stattistics는 월별 사용내역을 보여주는 메뉴로, 따로 가계부를 적는 나에게 중요한 기능이 아님에도 내가 알고 싶은 정보를 정확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일단 UI가 이쁘고 직관적이라 정보를 습득하지 않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에 대해서는 scheduled payment 메뉴에서 관리할수 있다. N26에서 scheduled payment를 설정하는건 무척 쉬운데 Transfer메뉴 설명시 덧붙이도록 하고 여기선 가볍게 넘어가겠다.

Balance statments메뉴 월별 거래내역을 출력하거나 제출할 필요가 있을때에 활용할 수 있다. 자주 쓰는 기능이 아님에도 깊은 메뉴 뎁스를 가지지 않아서 필요할때 이 메뉴를 찾기 위해 헤메지 않아도 된다.

최우측 상단에 위치한 내 계정 정보 메뉴는 크게 4개의 메뉴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중 Setting에선 개인정보, 앱 언어 설정등을 변경할 수 있다. 타행 ATM을 통한 무료출금이 몇번 사용가능한지도 여기서 볼 수 있다.

Footer 메뉴

앱 하단엔 4개의 메뉴 버튼 Home, Space, Explore, Actions이 존재한다. 하단 메뉴버튼의 위치는 때론 논쟁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N26은 적절한 배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사용 빈도수가 높은 메뉴 Home, Action을 가장자리에 둔 것이 맘에 든다.

먼저 홈 화면 다음으로 많이 쓰게 되는 Action메뉴를 보면, 출,입금, 인근 ATM기 위치 확인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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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송금기능을 보여주기엔 타인의 개인정보가 나오기때문에 스크린샷으로 찍어보았다. Send Money버튼 누르고, 기존에 거래했던 내역에서 선택하거나 새로운 계좌 번호를 입력. 그후 금액과 메모를 남기면 송금 완료이다. 무척 간단하다. alt text

scheduled payment 설정도 손쉽다. 난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 뱅크앱의 같은 기능을 쓸때 너무 눌러야 할 것이 많아서 귀찮다 생각했는데, 이건 그냥 transfer 진행중에 Transfer대신 scheduled Transfer를 눌러주면 된다. N26을 쓰고나면 scheduled payment에 뭔가 다른 UX를 더 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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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와 Explore는 실제로 사용해본적이 거의 없는데, 리뷰를 위해 조금 살펴보았다.

Space는 내 계좌에서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돈을 분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에서 제공하는 세이브 박스와 같은 것으로 계좌번호가 하나 더 생기는 건 아니고 비상금 또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돈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면 유용할 듯 하다. 개인적으로 같은 경우 계좌를 하나 더 만드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사용하지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계좌 유지비가 있는 독일의 경우 유용하게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Explore는 N26에서 유료로 제공해주는 기능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메뉴이다. 딱히 어떤 느낌은 받지 못했다.

마무리하며

이 앱을 2년 넘게 써오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것은 앱의 목적이 명확하고, 유저가 그 목적에 달성하기 쉬운 UX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BANK앱에 기대하는 것. 잔액확인, 금액 이체 그리고 가끔 자동이체나 설정 변경등. BANK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목적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앱에 대한 요구사항을 줄이니 제공하는 기능이 많지 않고, 메뉴 뎁스가 깊지 않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찾지 않기위해 메뉴를 뒤적거릴 일이 없이 빠르게 접근이 가능하다. 아이콘을 적재 적소에 활용하고, 버튼을 큼직큼직하게 만들어서 사용감이 시원시원하게 느껴지는 것도 장점이라고 하겠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로 늘 고민하는 UX에 대해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 N26앱 리뷰를 이것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