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돌아보면 2017년 이후 무난하게 보냈다고 평가할 해는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힘든 결정이 많았던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직을 두번했다. A사를 떠나 G사(8월)에 합류, G사를떠나 컬리(12월) 합류.

첫번째 이직은 자의로 시작한 이직이었고, 그 과정에서 큰 결정이나 어려운 과정이 없었지만, 두번째 이직은 다시는 그와 같은 과정을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할만큼 힘든 이직 과정이었다.

모든 과정에 대해서 쓸 필요도 없고 어느정도 공개될 수 밖에 없는 공간에 남겨지는 글이라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에 적당히 히스토리만 남겨보자면.

일단 A사를 떠날 결정을 했던 이유는 회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입사할때만 해도 내가 회사를 고르는 기준은 AI도메인이어야 할것. 함께 일하는 동료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었는데, 지나고보면 스타트업을 고르는 기준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회사 성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잘못된 선택의 원인이었던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미래 보상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는게 큰 의미가 없었는데,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의 성장성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는 일들 (회사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가 이어진다거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을 대안없이 철수한다거나)이 이어지면서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고민을 6개월정도는 했으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내가 A사에 입사한 강력한 이유였던 함께 일하는 동료를 통한 성장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함께 일했던 P의경우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 배울 것이 많은 동료였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함이 있었다. 이전까진 상상하지도 못했던 성향을 가진 동료J가 있었고, 그와 함께 일을 하면서 성장을 한다는 것은 기대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마침 G사 대표인 C가 제안을 해왔고 G사 면접을 거쳐 자연스럽게 G사로 이직을 했다. G사에서 만났던 동료중 L과 개발자C는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면접에서 그들을 통해 받은 인상과 에너지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특히 L은 내가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중 B사 대표인 K이후 가장 열의가 넘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감히 내가 따라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성향의 사람이라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C의 경우 내가 G사에합류하기로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였던 개발자였는데 아쉽게도 2달을 채 함께 하지못하고 퇴사하였다. C는 그 자체의 퍼포먼스와 지식이 뛰어난데 그뿐만 아니라 주위 개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아는 사람으로 그 방법과 지식에 대해 많은 감탄을 했다. 함께 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고, 언젠가 다시 같이 일을 할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G사의 퇴사는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개발자 C의 퇴사 이후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으나 퇴사의 결정을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래 가치에 대한 논의 중 핏이 맞지 않아 퇴사를 하게 되었다.

G사의 퇴사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내 커리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자의적 퇴사가 아니었던 관계로 이직을 할 시간이 부족했고, 이직과정에서 G사의 짧은 경력은 마이너스였다. G사에서 L과C를 만나고 일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내게 가치있었지만 감내해야할 부분도 상당했다.

미래가치에 대한 이유로 회사 둘을 그만두고나니 그에 관련된 주제는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자신도 없었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이직을 준비했다.

여러 회사의 면접 이후 컬리에 합류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지나고보면 컬리가 결국 가장 잘 맞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고 만족스럽다. 우선 나를 필요로 한다는 표현을 면접과정에서부터 강하게 해준 나의 상사를 만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펼칠 수 있는 팀에 조인했고, 팀도 나를 필요로하고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급을 가지게 되었다. 이 세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그동안 면접을 본 어떤 회사도 없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컬리엔 12/16일에 입사를 했고, 이제 2주가 지났다.

올해 2022년은 지난 4년간 했던 생존에 포커스된 삶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바라보고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회사생활을 하려고 한다. 이제 15년차 개발자가 되었지만 컬리는 이제 20일이 채되지 않았다.

조급하지 말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자.